화성 연쇄 살인범 특정됐지만 처벌할 순 없다

오풍연 | 기사입력 2019/09/19 [05:17]

화성 연쇄 살인범 특정됐지만 처벌할 순 없다

오풍연 | 입력 : 2019/09/19 [05:17]

▲     © 오풍연



1980년대 말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붙잡혔다. 하지만 사건 공소시효(15년)가 만료돼 이 용의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을 잇따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8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50대 남성 A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수감 중이다. 당시 1, 2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우발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파기환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용의자가 범인이 확실하다면 코 앞에 놓고도 붙잡지 못했던 셈이다. 당시는 DNA 분석 등 수사기법이 떨어져 몰랐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보통 살인 사건의 범인이 붙잡히면 다른 범죄도 자백하는 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할 대목이 많다는 뜻이다.

 

어쨌든 뒤늦게마나 범인을 특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과학수사의 개가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중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DNA 분석 의뢰한 결과, 일부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A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이 의뢰한 연쇄살인사건 10건의 증거물 중 피해 여성의 속옷 등 유류품 2점에서 A씨와 일치하는 DNA가 나왔다고 한다. 경찰은 이 남성이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두 저질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A씨가 진범이냐를 놓고 의견도 다소 엇갈리기도 한다. A씨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데 경찰이 성급하게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공소시효도 지난 사건이고 10건의 증거물 중 2건에서만 A씨의 DNA가 검출돼 A씨가 모든 사건의 진범이라는 증거가 없는데 경찰이 성급하게 ‘화성 연쇄살인범’으로 공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설령 A씨가 진범이라고 해도 처벌은 못한다. 이미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006년 끝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지만, 이후에도 다양한 제보를 수집해 관련 여부를 확인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올해부터는 경기남부청이 미제수사팀을 총괄해 기록 검토 및 증거물 감정 의뢰 등 수사 절차를 진행해 왔는데 DNA 분석 기술 발달로 십수 년이 지난 사건의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과수에 DNA 검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DNA 분석 기법을 통해 40여년이 지난 사건의 진범을 붙잡기도 했다. 우리 경찰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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