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국장 후배 기자들 ‘기’ 꺾지 말라

오풍연 | 기사입력 2019/09/24 [06:04]

KBS 보도국장 후배 기자들 ‘기’ 꺾지 말라

오풍연 | 입력 : 2019/09/24 [06:04]

▲     © 오풍연



문재인 정권 들어 KBS도 내부 홍역을 많이 치르고 있다. 한마디로 줏대 없는 방송을 한다고 할까. 방송의 생명은 공정보도다. 이것을 놓고 국장을 비롯한 보도국 간부들과 젊은 기자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도 100%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젊은 기자들의 주장이 더 진실에 가깝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게다.

 

예전 KBS는 땡전뉴스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었다. 5공화국 때의 일이다. 전두환 칭송에 많은 방송을 할애했던 것. 그럼 시청자들이 떠난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비판을 소홀히 하면 독자는 떠나게 되어 있다. 비판은 언론의 생명이기도 하다. 요즘 KBS 라디오 방송을 두고 조국 관련 기사를 너무 많이 내보낸다고 국장이 나무랐다고 한다.

 

KBS 기자들은 이달 초 조국 장관의 과거 발언과 저술 내용을 통해 현재의 행보를 비판한 '시사기획 창, 조국으로 조국을 보다' 편에서 조 장관의 과거 발언 일부가 빠진 것에 반발한 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자기 이름을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라디오에서 '조국 관련 뉴스를 줄이라'는 보도국장(통합뉴스룸국장)의 압력에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KBS 라디오 뉴스 제작을 맡고 있는 기자 9명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이재강 보도국장이 '조국 관련 뉴스가 많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최근엔 경고까지 했다"면서 "이는 데스크 권한을 넘어선 심각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자, 편집권 침해이며, 조국 관련 뉴스를 축소해 권력 친화적 뉴스를 하라는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성명서에 나도 동감한다. 편집권 침해는 있을 수 없다. 뉴스의 선택은 보편타당해야 한다.

 

KBS에 따르면 이 국장은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KBS1 라디오 뉴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보다 조 장관 관련 보도가 더 많았던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방송된 정시 뉴스 8건 중 4건이 조 장관 관련 보도였으며, 돼지열병 보도는 첫째 꼭지로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이나 조 장관에 대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로 반드시 보도해야 할 내용들이었다"면서 "이날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보도는 별도의 특보를 네 차례 진행했으며, 속보를 다루는 정시 뉴스의 성격상 조 장관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조국 친위 세력'의 뉴스 개입과 편집권 간섭"이라며 "조국 비호에 눈멀어 더 이상 KBS 뉴스를 망가뜨리지 마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K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조 장관 기사 외에) 최순실이 안민석 의원을 고소했다는 기사, 한국당이 정부를 비난한 기사 등에서 극단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면서 "기자로서 최소한의 균형감을 내팽개친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뉴스에 대한 가치 판단도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이 국장에게 묻고 싶다.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고 있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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