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류현진이 있었다

오풍연 | 기사입력 2019/09/29 [07:44]

우리에게는 류현진이 있었다

오풍연 | 입력 : 2019/09/29 [07:44]

29일(한국 시간)은 류현진의 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조국으로 인해 피로도가 쌓인 조국에 기쁨을 안겨주었다. 미국으로 진출한 뒤 최고의 한 해였다. 덩치가 훨씬 큰 선수들과 겨뤄 얻은 성적이기에 더 평가받을 만하다. 흠잡을 데 없었다. 시즌 막판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으나 그것도 이겨냈다. 류현진이었기에 가능했다.

류현진은 이날 오전 5시 5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7이닝을 실점 없이 버텨낸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종전 2.41에서 낮아져 최종 2.32가 됐다.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2.43)을 여유있게 제치면서 내셔널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른 수치다.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초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획득한 류현진이다. 종전 1995년 노모 히데오(다저스)의 2.54를 넘어 아시아 역대 최저 평균자책점 기록이기도 하다. 노모의 기록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로 아시아 기록을 새로 써냈다. 아시아 선수가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 미국 메이저리그이기도 하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성공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류현진, 노모, 박찬호 등 손꼽을 정도다.

최근 홈런을 기록한 류현진은 방망이도 뜨거웠다. 팽팽한 0-0 균형이 이어지던 5회초에는 '타자 류현진'이 선제 타점을 뽑아냈다. 가빈 럭스의 2루타와 러셀 마틴의 내야 땅볼로 만들어진 2사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웹의 4구째 시속 149㎞짜리 강속구를 잡아당겨 깨끗한 좌전안타로 연결했다. 3루 주자 럭스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 북치고 장구 친 격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사이영상 수상 여부. 미국 언론들은 뉴욕 메츠의 디그롬을 더 치는 것 같다. 지난 26일(한국시간), 시즌 최종전 등판을 마친 디그롬은 11승 8패 평균자책점 2.43이라는 빼어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11승에 그쳤지만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204이닝을 소화했고 255탈삼진으로 이 부문 타이틀 획득이 유력한 상황이다.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린 결정적 시기는 역시나 8월이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8월을 맞이했을 때 류현진은 135.2이닝 11승 2패 평균자책점 1.53 117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었다. 특히 1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은 역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을 때라 사이영상 1순위로 언급됐다. 반면 디그롬은 136이닝 6승 7패 평균자책점 2.78 174개의 탈삼진으로 삼진 능력치를 제외하면 류현진에 앞서는 부문이 없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8월 들어 1승 3패 평균자책점 7.48로 무너지며 스스로 사이영상을 걷어찬 대신 디그롬은 2승 1패 평균자책점 2.18로 꾸준함을 잃지 않았고 9월에는 아예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사이영상 2연패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또 모른다. 사이영상 행운의 여신이 류현진에게 손짓할지.

▲     ©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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