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은 맞다, 하지만 조국은 아니다

오풍연 | 기사입력 2019/10/02 [09:18]

검찰 개혁은 맞다, 하지만 조국은 아니다

오풍연 | 입력 : 2019/10/02 [09:18]

나도 검찰 개혁에 찬성한다.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던 바이기도 하다. 기구 및 조직 개편 등 시스템 정비와 함께 그들의 겸손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 같은 생각에 변함은 없다. 관련 칼럼도 써온 바 있다. 지금부터 11년 전인 2008년 3월 쓴 칼럼을 일부 소개한다. 당시 제목은 ‘검찰 더 겸손해져야 한다’ 였다. 오죽했으면 그런 제목을 달았을까.

#장면1: 1987년 늦가을. 전두환 정권 말기 몇몇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과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공안정국이 위세를 떨치던 때라 그들의 기세 또한 대단했다. 심지어 자기네끼리 의기만 투합하면 나라를 흔들(?) 수 있다는 생각도 은연중 내비쳤다. 당시 ‘공안검사’는 출세코스로 통했다. 그래서 많은 검사들이 줄을 대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 대부분은 검찰을 떠났다.

#장면2: 1992년 경제부처를 잠시 출입할 때다. 한 서기관이 아침에 나와 씩씩대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전날 저녁 국내 최고명문인 K고 출신 동기들이 몇명 모였단다. 검사 출신 1명에 나머지는 대부분 행시 출신이었다고 했다. 일은 2차 술자리에서 벌어졌다. 검사 친구가 하도 오만불손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동기들도 기분이 잔뜩 상해 다들 밤잠을 설쳤다고 전했다.

#장면3: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검사들과 자리를 함께했던 게 기억난다. 공중파로 방영돼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았다. 전국에서 차출된 검사들은 현직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정제되지 않은 말들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이제 막 가자는 것이죠.”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검찰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모두에게 실망만 안겨준 채 끝나 전파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났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 여전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검사들을 많이 안다. 최근 김진세 전 고검장님을 닮으라는 칼럼도 쓴 바 있다. 실력과 인품을 갖추고 있다면 검찰이 지금처럼 욕을 먹지 않는다. 실력이 좀 있다 싶으면 인품이 모자란다. 우리 국민이 수없이 지켜봐온 바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접 검찰 개혁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조국 수사 와중이라 오비이락 성격이 짙기는 했다. 그래도 검찰 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다. 그들에게 기득권이 많다. 그것부터 내려 놓아야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말로만 개혁을 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찔끔하고 말았다.

윤석열 검찰이 성공하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심정으로 개혁해야 한다. 국민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정도로. 대신 조국 수사가 흔들려선 안 된다. 개혁은 개혁이고, 수사는 수사다. 또 조국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조국은 피의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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