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이춘재 진술 어디까지 사실일까

오풍연 | 기사입력 2019/10/03 [07:22]

화성연쇄살인 이춘재 진술 어디까지 사실일까

오풍연 | 입력 : 2019/10/0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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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범행도 자백했다고 한다. 그의 범행으로 지목된 9건 말고도 5건이나 더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니, 경찰 수사의 개가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합리적으로 의심이 가는 대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가 진짜 범인이라고 해도 처벌할 수는 없다. 이미 폐지된 살인죄의 공소 시효(15년)도 모두 지났기 때문이다.

 

이춘재가 이처럼 진술해 놓고 나중에 모두 부인해 버리면 수사 경찰이 우습게 된다. 그래서 경찰도 더욱 신중하게 조사하고 있다고는 한다. 미제 사건의 수사목록도 따로 제출하지 않았는데 이춘재가 이들 범죄를 자백한 것도 미심쩍다. 이런 부분에 대해 더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30년이나 지났다. 사람의 기억에도 한계가 있다. 이춘재의 말만 액면 그대로 믿지 말라는 뜻이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화성 사건 가운데 증거물에서 일치하는 DNA가 나온 4개 사건은 물론 아직 확증이 없는 나머지 5건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이춘재가 저지른 살인사건만 14건에 달한다. 특히 화성 사건이 벌어졌던 당시에 8년 동안 살인 5건을 더 저질렀고, 성폭행·성폭행 미수도 30여건에 이른다고 자백했다. 그는 부산교도소에서 대면 조사를 한 수사팀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DNA 증거가 나왔다니 할 수 없네요"라며 범행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춘재는 지난달 18일부터 조사를 받아왔다. 초기에는 자신의 DNA가 검출된 사건에 대해서도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화성 사건은 물론 경찰이 지목하지 않은 범행도 자백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화성 5·7·9차 사건에서 일치하는 DNA가 나왔다는 증거를 들이대며 그를 압박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2부장은 "프로파일러들과 라포르(rapport·친밀감, 신뢰)가 형성된 상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증거물 감정 결과를 제시한 것이 자백의 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이춘재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백 내용이 초기 단계라서 그렇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고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다 보니 구체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단편적이거나 사건에 따라 범행 일시·장소·행위에 대해 편차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당시 수사 기록과 증거, 이춘재의 행적과 피해자·목격자 등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자백한 개별 사건의 진위 여부를 계속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춘재가 우월감에서 허세를 부렸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경찰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행을 자백했다가 아니라고 하면 헛수고를 하게 되는 까닭이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그렇게 수사력을 낭비하면서까지 이춘재의 여죄를 캘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한다. 경찰은 진실 확인 차원에서 조사를 한다고 말한다. 이춘재의 입에만 의존하는 수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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