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본질은 겸손에 있다

오풍연 | 기사입력 2019/10/06 [07:50]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겸손에 있다

오풍연 | 입력 : 2019/10/06 [07:50]

나는 종종 검찰을 친정이라고 한다. 1986년 12월 기자가 된 뒤 수습기간을 거쳐 첫 배정받은 출입처가 바로 법원검찰이다. 1987년 9월 말부터 법조를 출입했다. 내 나이 28살 때다. 그 해 봄 연수원 13기(사법시험 23회)가 군 법무관 복무를 마치고 임관했다. 나는 가을부터 출입을 했으니 농담삼아 13.5기라고도 한다.

당시 대법원장은 김용철, 법무장관은 정해창, 검찰총장은 이종남이었다. 모두 고시 기수. 고시는 16회까지 이어지다가 사법시험으로 바뀌었다.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법시험 33회, 연수원 23기다. 사법시험 출신 뿐만 아니라 고시 출신 법조인을 많이 알고 있다. 솔직히 실력과 인품을 모두 갖춘 법조인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의 우월감 때문이다.

현재 ‘검찰 개혁’이 화두다.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권 의식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까. 수십만~수백만명이 서초동에 모여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물론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검찰 개혁이 시대적 과제임은 맞다. 검찰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역대 정권 모두 검찰 힘빼기에 나섰지만 그 때마다 실패했다. 거기에는 정권의 책임도 있었다.

우선 문재인 정권을 보자. 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찰 개혁을 주창한 정부지만 어땠는가 솔직히 되돌아 보라. 지금까지 2년 반 가량 지났지만 한 일이 없다. 그러다가 조국 사태가 터지자 바짝 고삐를 쥐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을 공격했다.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망신주기에 다름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도 검찰을 철저히 이용했다. 적폐청산을 주도했던 곳이 서울지검 특수부다. 당시 서울지검장은 윤석열 총장. 윤석열은 그 덕에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다섯 기수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이 됐다. 윤석열을 임명했던 사람도 바로 문재인이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잘못하고 있으니 물러나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권 지도부가 그런 말을 공공연히 한다.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설마 윤석열이 이렇게까지 나오리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을 터. 윤석열이 조국에게 비수를 들이대니까 여권 전체가 들썩거렸다. 윤석열을 배신자로 낙인 찍었다.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 개혁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여권이다. 검찰 개혁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할 때 이뤄진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여긴다. 예전 같으면 눈치를 봤을 확률이 크다. 알아서 기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 개혁은 제도에 있지 않다. 공수처를 만든다고, 특수부를 없앤다고 검찰의 힘이 빠지겠는가. 그렇지 않다. 제도 보다는 정신, 즉 자세에 있다. 국민 앞에 공복의 자세를 보여줄 때 검찰 개혁은 이뤄진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훨씬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건방’이라는 등식도 종종 얘기한다. 검찰이 시건방을 떤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 말을 듣지 않도록 구성원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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