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정년연장인가

오풍연 | 기사입력 2019/10/08 [06:35]

누구를 위한 정년연장인가

오풍연 | 입력 : 2019/10/08 [06:35]

▲     © 오풍연



2016년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직장의 경우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됐다. 그럼 그 같은 제도가 근로자에게 도움이 됐을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나왔다.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정년은 늘어났지만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회사 측은 정년 연장과 상관 없이 직원들을 정리한다는 뜻이다.

 

또 다시 정년 연장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운용된다면 연장의 의미가 없다. 몇 세가 됐든 사측이 지켜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실 교사, 군인, 공무원 아니고는 정년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없다시피 하다. 이들 직업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몸담았던 서울신문은 2015년까지 정년이 55세였다. 나도 서울신문에 계속 있었더라면 2015년 정년으로 나왔을 터. 나는 1960년 생이다.

 

7일 통계청의 ‘2019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퇴직한 55~64세 취업 경험자 가운데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는 비율은 9.6%였다. 이 비율은 이듬해 11%대로 올라가더니 올해는 12.2%까지 높아졌다. 인원수로도 같은 기간 41만4000명에서 60만2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을 위해 정년연장을 시행했지만, 인위적인 퇴직이 더 늘어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반면 정년퇴직한 사람의 비율은 같은 기간 8.2%(35만5000명)에서 7.1%(35만명)로 떨어졌다. 정년연장의 역설이라고 할 만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빠른 고령화 속도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고령시대의 고용문제와 새로운 고용시스템’ 발표문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서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2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94년)·독일(76년)은 물론, 유례없이 짧았던 일본(35년)을 앞서는 속도다. 정년에 다다르는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년을 1~2년 늘리는 것도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크게 가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직무 내용이나 개개인의 역량과 무관하게 근속 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도 문제다. 한국의 근속 30년 이상 노동자와 1년 미만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2014년 기준 4.39배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다. 장년층 장기근속자 한 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청년 근로자 4명을 고용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와 맞먹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기업으로선 장기근속자를 내보내고, 청년 근로자를 고용하려 한다.

 

정년 연장을 정착시키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은 고령화 시대 노동력 감소에 대비하고 숙련된 인력을 계속 활용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다만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바꾸고, 재취업과 이직을 활성화하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년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기업도 부담이 덜 되고, 근로자도 임금 삭감 등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 정착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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