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순진한 생각, 결국 팽(烹) 당했다

오풍연 | 입력 : 2019/12/0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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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도 새 됐다. 임기 연장을 바랐지만 최고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는 잘한 결정으로 본다. 앞서 나경원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당은 확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해볼만 하다. 지금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

 

내일 한국당 의총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고 한다. 소속 의원들의 손에 달렸다. 재신임 쪽으로 기울 것 같다. 나경원을 신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 공천에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그럴 게다. 당이 죽는 길인지도 모르고. 나경원은 바뀌어야 한다. 재선급도 좋다. 참신한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 당에 마땅한 사람도 없긴 하다.

 

한국당도 3일 변화가 많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정치라고 했다. 나경원이 의총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뒤 3시간 만에 뒤집어졌다. 나경원도 이는 몰랐을 것이다. 설마 황교안이 자신을 내칠 것으로는 보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이렇다.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자기만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경원은 정치 경험이 많은 데도 결과적으로 미스를 했다. 전략적으로 실수를 한 셈이다.

 

나경원 자신이 치고 나왔어야 했다. 먼저 임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그럼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의원들이 “무슨 소리냐, 이 와중에 사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나 원내대표가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 냈어야 했다.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불쑥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했으니 뒤통수를 맞을 만도 하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나는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을 했다. 당시 단독 출마해 98%의 지지율을 얻었다. 서울신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럼에도 딱 1년만 마치고 노조위원장을 그만 뒀다. 내 뒤를 이어 노조위원장을 한 친구는 중간에 불신임을 받고 내려왔다. 나는 그 친구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다. 먼저 노조원들의 신임 여부를 묻는 카드를 던지라고. 그런데 그 친구는 버티디가 결국 도중하자 했다.

 

이번 나경원 사태에서도 그것을 본다. 상황이 어려울 때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다. 쉬운 승부수가 아니라 어려운 승부수로. 쉬운 승부수는 누구나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승부수는 진짜 승부사만이 던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경원은 승부사 기질이 없다.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황교안을 너무 호락호락하게 보았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고 할까.

 

정치의 세계는 비정하다. 이제 황교안도 그것을 알았다. 대중 정치인으로 커나가는 과정이다. 정치는 남을 쳐야 내가 산다. 지명도만 놓고 보면 한국당에서 황교안 다음에 나경원이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더라도 나경원 만큼의 지지도는 얻기 어려울 터. 황교안이 나경원을 친 데는 여러 가지 포석이 있을 게다. 미래의 경쟁자를 제거할 목적도 있었다고 여긴다. 정말 정치는 알 수 없다. 누가 황교안이 나경원을 칠 줄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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