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상주의와 몰(沒)인간

오풍연 | 입력 : 2019/12/04 [09:08]

아침에 밝은 뉴스를 접했다. 전교 꼴찌가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기사였다. 물론 외국어고라 사정이 다르긴 하다. 그래도 꼴찌를 했던 친구가 전국 1등을 했다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주인공은 김해 외국어고 3학년 송영준군(18). 영준이는 집안 사정도 어려웠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영준이가 과외를 받았을 리 없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처음 시험을 친 결과 전교생 127명 중 126등을 했단다. 전교 꼴찌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고 했다. 남들보다 1시간 늦게 자고, 1시간 먼저 일어났다.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영준이의 장래 꿈은 검사. 꼭 이뤄지리라 믿는다.

영준이는 서울대에 들어갈 터. 멋진 대학생활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서울대는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학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문을 두드린다. 우수한 인재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 공부를 잘 한다고 인성도 뛰어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서울대 명예 교수 두 분의 얘기를 들은 뒤 다시 한 번 씁씁함을 느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계셨던 분의 얘기다.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분이다. 학생들 시험에 들어갔단다. 시험이 끝났다고 하니까 모든 학생들이 머리에 손을 얹더란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컨닝을 하거나 시험이 끝난 뒤에도 답안을 쓰는 등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교수들이 그런 조치를 취했던 것. 이게 서울대의 현실이다. 학생들은 한 점이라도 더 따야 로펌 취직 등에 유리하다.

또 다른 명예 교수님의 얘기를 전한다.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지만 정이 안 간다고 했다. 석박사 과정의 학생이지만 사제지간의 정을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너무 도식적이라는 것. 석사 및 박사 학위만 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인간적인 정이 들 리 없다. 다시는 서울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다. 서울대 전체의 얘기는 아니라고 해도 서글픔이 느껴진다.

반면 지방에서 명예퇴직한 교수는 달랐다. 자신이 길러낸 석박사 과정이 60여명 된다고 했다. 제자들이 매년 자리를 만들어 그들과 함께 한다고 했다. 이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어디든지 온기가 돌아야 한다. 성적만 추구하다 보면 이 같은 정을 느낄 수 없다. 영준이 같은 학생은 그럴 리 없을 것으로 본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유치원부터 성적 지상주의에 함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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