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도 과보다 공을 먼저 보자

오풍연 | 입력 : 2020/07/12 [00:21]

한국군 최초의 육군 대장. 별 4개라는 뜻이다. 백선엽 장군이 주인공이다. 그가 지난 10일 밤 10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장례식은 육군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이다. 장지는 가족들의 뜻을 따랐다고 한다.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행적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6·25 전쟁 영웅” “친일파”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6·25 전쟁 영웅도 맞다. 그것은 업적이 말해준다. 백 장군은 오히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전쟁에서 업적을 크게 남긴 장군을 존경한다. 백 장군도 그런 반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역시 대장 출신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백 장군에게 무릎을 꿇고 존경을 표하는 사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11일 오후 해리 해리스 대사는 서울 아산병원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백 장군의 부인 노인숙 여사를 만나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들었다. 거기엔 2018년 11월 21일 백 장군의 백수(白壽) 축하 생일 때 그가 백 장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해 축하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전쟁 영웅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백 장군이야말로 대한민국 발전과 막강한 군 건설할 수 있도록 초석 놓은 영웅이었다”면서 “군인 정신에 투철하고 애국심 충만한 백 장군의 정신을 우리 후배들이 면면히 잘 이어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성명을 통해 “백 장군은 대한민국 최초의 육군 대장으로서 6·25전쟁을 고비 고비마다 진두지휘하시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주셨고 오늘날의 굳건한 한미동맹과 강한 군을 건설하는 데 초석을 다져 주신 분”이라고 기렸다.

백 장군의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으로 결정됐다.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을 놓고 불거진 ‘장지 논란’에 유족 측이 대전현충원 안장을 최종 희망하면서다.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국가보훈처는 “서울현충원은 현재 장군 묘역이 꽉 찬 상태로 새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면서 “백 장군과 유족 측도 이를 잘 알고 대전현충원 안장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 장군의 공로를 고려하면 대전현충원보다 서울 동작구의 서울현충원 안장으로 예우를 다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이유로 그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백 장군은 1943년 12월 간도특설대 소속으로 중국 팔로군 공격 작전에 참여했다. 광복 당시 그의 신분은 만주군 중위였다. 간도특설대는 일제 패망 전까지 동북항일연군과 팔로군을 대상으로 108차례 토공 작전을 벌였고,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 무장세력과 민간인은 172명에 달한다. 백 장군은 생전에 독립군과 직접 전투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과거에 이런 흠마저 없었다면 더 추앙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전쟁 영웅에 대해 예를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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