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좌절할 이유는 없다

오풍연 | 입력 : 2020/08/08 [16:25]

어제 검찰 인사가 있었다. 잘 아는 후배는 승진했다. 아침에 통화를 했다. 인사가 잦다보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축하를 받기 무안하다는 말도 했다. 최근 검찰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 같다. 인사는 희비가 엇갈린다.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마련이다. 100% 만족스런 인사는 없다. 인사가 뭐길래.

비단 검찰인사 뿐만이 아니다. 꼭 승진을 기대했는데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크게 실망한다. 때론 통음으로 달래기도 한다. 인사도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 한 번 탈락했다고 좌절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 와신상담해야 한다. 그래야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그 싸움이 지루할 수도 있다. 2차에 또 탈락할 수도 있다. 그럼 3차를 기대해야 한다.

검찰은 특히 인사에 민감하다. 검사장 승진 때 곡(哭)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두 사람의 예를 들어보겠다. 신승남(사시 9회) 전 검찰총장도 1차로 승진하지 못하고 서울고검 검사로 있다가 두 번째 승진했다. 당시 그의 방에 자주 들른 적이 있다. 그 뒤 검사장 승진 통보를 받고 전화를 해왔다. "오 기자, 나 승진했어" 나는 "형님(호형호제를 했음)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축하를 건넸다.

황교안(사시 23회) 전 총리도 그랬다. 그는 공안을 담당하는 서울지검 1차장을 했는데 검사장 승진서 탈락했다. 그리고 성남지청장 발령을 받았다. 그는 당시 그만두어야 하겠다는 말도 했다. 나도 말린 적이 있다. 그 결과 다음 인사서 검사장 승진을 했고, 고검장을 거쳐 법무장관도 지냈다. 그 때 만약 사표를 냈더라면 장관ㆍ총리를 했을 리 없다.

나도 인사에서 크게 물 먹은 적이 있다. 2009년 5월 인사 때다. 당시 우리나라 1호 법조대기자로 있었다. 나도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법조를 오래 출입해 얻은 보직이었다. 하지만 몇 개월 못 했다. 새로 바뀐 사장이 나를 보자고 했다. 김대중 정부 때 내가 청와대 출입을 하고, 기자단 전체 간사를 했다며 그만두면 좋겠다는 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두 자리 중 한 곳을 선택하라고 했다. 두 자리 모두 펜을 빼앗기는 자리였다.

편집국에서 쫓겨났던 것. 사장 마음대로 하라며 나왔더니 판매국 기획위원 발령을 냈다. 좌천인사였다. 물론 그런 인사도 할 수 있다. 그래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에게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집에서는 내가 물 먹은 것조차 몰랐다. 인사는 내색할 필요도 없다. 자기 혼자 삭이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대신 책을 썼다. 오늘날 12권의 에세이집을 내게 된 계기다.

인사권자는 임기가 있다. 그에게 지면 안 된다. 기다릴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또 다시 기회가 온다. 실망하지 말라. 길은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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