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신화라고 해야 할까

오풍연 | 입력 : 2020/09/23 [02:24]

요즘 신풍제약이 화제다. 그 회사 주식을 갖고 있으면 부자 소리도 들을 만하다. 작년 말 7240원이던 신풍제약 주가는 올해 들어 23배 가까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일부러 주가를 끌어올린 것도 아니다. 시장에서 그런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지난 7월부터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나도 신풍제약이 생소했다. 그런 회사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 최근 기사가 눈에 띄었다. 시총이 10조원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던 지난 3월 19일 이후 지난 18일까지 2300여 상장 종목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중 신풍제약의 주가는 해당 기간 6610원에서 19만8000원으로 급등해 2895% 수익률을 올렸다.

이런 회사가 또 있을까 싶지만 현실이다. 신풍제약은 지난 1962년 설립된 의약품 제조업체다. 혈압약이나 소염진통제 같은 복제약을 여러 종류 파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에 대해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해주면서 반전이 생겼다. 임상 3상까지 끝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코로나 치료제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22일에도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회사가 자사주 2000여억원 어치를 팔아 치운 것.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전날 장 마감 후 자사주 128만955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2153억5485만원이다. 홍콩계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털이 처분 대상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사들인다.

전날 신풍제약은 이사회에서 이 같은 분량의 자사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1주당 가격은 전날 종가인 19만3500원에 할인율 13.7%를 적용해 산정됐다. 자사주 매각 소식에 신풍제약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4.21% 내린 16만6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하한가 13만5500원에 근접한 13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자사주 매각 금액 2154억원은 작년 순이익(18억원)의 약 120배 규모다. 120년 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돈을 자사주 매각으로 한 번에 확보한 셈이다. 신풍제약은 단번에 엄청난 자금을 모았다. 회사로서는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고 할까. 든든한 실탄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등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주식시장의 진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 아침에 총아가 된 신풍제약. 임상3상까지 성공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다. 임상시험에서 성공하기를 빈다. 기적을 쓰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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