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양정철만 같았다면…

오풍연 승인 2021.06.08 14:03 | 최종 수정 2021.06.08 14:19 의견 0


나는 양정철을 그다지 높게 평가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내 생각을 바꾸었다. 양정철 같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 곁을 지켰더라면 지금처럼 상식 및 정의가 무너져 내리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의 고집이 얼마나 센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아니오”하는 참모가 없었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말리던지, 막았어야 옳았다. 대권주자 윤석열도 문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미애와 조국은 조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양정철은 문재인 정권 탄생에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럼에도 양정철은 청와대 근처에 얼씬도 안 했다. 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그를 멀리했을 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거리를 두겠다”는 양정철의 의지가 훨씬 강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그를 재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인 이상 권력을 잡으면 한 자리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양정철은 철저히 야인으로 남았다.

양정철과 역대 비서실장인 임종석, 노영민, 유영민을 비교해 본다. 양정철이 이들보다 못할 리도 없다. 아마 비서실장을 했더라면 문 대통령 앞에서 “노”도 했을 것 같다. 사실 청와대 안에서 비서실장의 역할은 크다. 특히 인사를 할 때는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분야는 바로 인사다.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결과가 지난번 서울부산 시장 재보선 참패로 이어진 셈이다.

양정철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수위가 꽤 높았다. 여권에서 보면 기분 나쁠 얘기가 적지 않았다.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는 뜻이다. 양정철의 지적이 구구절절이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참모들이 그런 사고 방식을 갖고 있었더라면 문재인 정부도 지금처럼 코너에 몰리지 않았을 터. 사람을 잘못 썼다는 얘기다.

그는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여러 선택의 옵션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전체를 통틀어서 청와대를 제일 잘 아는 게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의 개인기와 역량에 참모들이 따라가는데 급급했다"면서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정권 출범 이후 꽤 오랜 기간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때, 이후 닥쳐올 어려운 시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게 아쉽다. 지지율에 취했다고 할까"라고 평가했다.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조국에 대해서도 고언을 했다. "(조국이)허물에 대해서 여러 차례 사과했고, 검찰수사가 과했으며 그로 인해 온 가족이 풍비박산 나버린 비극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회고록 출간에 대해서는 "그 분 정도 위치에 있으면 운명처럼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 나 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을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양정철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허투루 한 말이 하나도 없었다. 방점은 ‘오만’했다는 데 있다.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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