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이준석 리스크’ 현실화 됐다

오풍연 승인 2021.07.13 01:56 | 최종 수정 2021.07.13 02:0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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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바닷가에 내 놓은 아이 같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불쑥불쑥 말 하거나 혼자 결정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제도 그랬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저녁을 하는 자리에서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선별지원을 당론으로 여겼던 국민의힘에서 난리가 났음은 물론이다.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화 됐다고 할 수 있다.

12일 저녁은 그냥 밥이나 먹는 자리인 줄 알았다. 이 대표가 취임한 뒤 인사차 송 대표를 방문했다가 저녁이나 한 번 하자고 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 자리는 보통 덕담이나 하고 헤어지는 게 관례다. 그런데 식사가 끝난 뒤 양측 수석대변인이 전국민 지급 합의를 알렸다. 당정이 이미 국민 80% 지급하기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치 초보인 이준석이 송영길에게 이용당했다고 할 수 있다. 송영길은 90% 이상 끌어올리려고 했었다. 여기에 이준석이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준석이 무슨 심보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당 대표가 당론을 어긴 셈이다. 당장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그래도 싸다. 이준석 마음대로 하라고 대표를 뽑아준 게 아니다. 그런 것은 개혁으로 볼 수도 없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현재까지 검토한 안에 대해 훨씬 더 상향된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하는 안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면서 "지급 시기는 방역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에서 소득 하위 80% 현행 안과 전국민 확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여야 대표간 전국민 지급에 합의한 것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적 당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려는가"라며 저격했다. 그는 코로나19 4차 유행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거론하며 "이들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당장 막대한 지출이 필요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른다"면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정말 아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숙은 "이 상황에서 재난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은 인구에게까지 모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에 도대체 무슨 정책합리성이 있는가"라며 "대선 후보라면 매표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엇보다 당내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배신감을 드러냈다.

조해진 의원도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다.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면서 "이준석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다. 이 대표가 밝혀야 할 사항"이라고 거들었다. 이준석의 정치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사실 경험도 없다. 참신한 것 같지만 결국 당에 마이너스가 될 것도 같다. 이준석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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