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희원아 그곳에서는 편히 지내라, 아빠랑 평생 친구될게

오풍연 승인 2021.07.19 08:4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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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이 제곁에서 영원히 떠나 갔습니다. 차가워진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차디찬 볼을 대우려 수없이 얼굴을 비벼 보지만 떠나간 영혼의 빈터에는 서러운 부르짖음만이 처연합니다. 죄인입니다. 죽어야 마땅합니다. 용기가 없는지 아직 살아있습니다. 하나뿐인 딸마저 떠나고 없는데 무슨 염치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살아남아 나라도 딸아이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짧은 삶이 지워질 것 같아서 구차하지만 목숨을 부지합니다.

어제 밤 이 같은 비보가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 김석영 대표가 올린 글이다. 나는 일찍 자기 때문에 제 시간에 보지 못 했다. 새벽 1시 30분쯤 일어나 보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 또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김 대표 부부는 어떠했을까. 애지중지 키워온 딸 아이다. 부부는 딸에게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다. 그만큼 사랑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딸을 자랑스러워 했다. 최고 명문대학 영문과를 나와 로스쿨에 다니고 있었다. 1년간 휴학을 하고, 부산에 내려가 미리 현장 경험을 쌓다가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그 슬픔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엄마, 아빠의 머릿속에서 딸의 그림자가 지워지겠는가. 얼마 전 딸이 부산서 올라오며 생일 케익을 사들고 왔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김 대표는 문상도 받지 않았다. 오늘 바로 발인을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이 발인예배가 끝나고 장례식장을 떠나는 시간에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고 서쪽하늘에 무지개가 환하게 펼쳐졌습니다. 딸아이의 마지막 인사였던 것 같습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외가의 가족묘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딸아이를 두고 싶어서 입니다. 부산에 계시는 선후배님들께 연락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황망하고 슬프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죄인된 입장에서 조문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양해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조금 전 이 같은 글도 올렸다.

2년 전쯤부터 김 대표와 한 달에 한 번씩 아침 모임을 해왔다. 그 때마다 딸의 소식을 종종 듣곤 했다. 이런 일을 당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부모들은 오죽했겠는가. 딸은 부부의 희망이었다. 엄마, 아빠의 상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딸에게 약속을 한다. “아빠는 아저씨가 평생 친구처럼 지내면서 보살펴 드릴게. 하늘 나라에서는 편히 지내라. 희원(딸)아 안녕!” 내가 딸에게 지상에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약속이다. 김 대표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후배다. 그런 친구에게 왜 이 같은 시련을 안겨주는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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