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교 선후배의 만남

오풍연 승인 2021.08.23 10:42 | 최종 수정 2021.08.23 10:55 의견 0
온쪽부터 강민구 전 법원장, 송종의 전 법제처장, 임대영 배재대 교수

● 天目거사 相面記

송종의 선배님을 방문하고
배재대 교수 임대영 적음

2021년 8월 12일 친구의 주선으로 고교 총동창회 사무총장과 함께 송종의 선배님을 양촌에 있는 천고법치 문화재단에서 만나 뵈었다.

친구가 8월12일에 송 선배님을 뵙기로 했다고 일주일 전에 연락이 왔다.

나는 친구에게 8월12일은 내가 산학협력을 하고 있는 기업체에서 학교로 장비를 수리하러 오는 날이라 송 선배님을 뵐 수가 없다고 전하고 실망을 하고 있었다.

나는 8월11일에 송 선배님께 나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이번에는 못 뵐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드렸다. 송 선배님은 간단하게 알겠다고 답변을 주셨다.

그런데 이것이 왠일인가? 기업체에서 별안간 회사 사정으로 학교 방문을 하루를 연기하고 싶다고 하지 않는 가.

나는 친구에게 신이 나서 연락하고 송 선배님께 연락을 드리니 ‘먼 곳에서 친구가 오니 어찌 아니 기쁘지 아니한가?’ 는 문자를 주시고 반가워 해 주셨다.

원하는 것이 쉽게 주어지면 감사가 없다. 이미 갖고 있는 내 것이라도 잃고 다시 찾으면 감사와 기쁨이 있다.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당연한 것은 없다.

이렇게 송 선배님과 첫 만남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 방문 하는 농업법인 써니빌은 내가 책으로 보고 상상한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커서 속으로 놀랐다.

법조인으로 오랜 공직 생활을 하신 송 선배님이 세상에 연연하지 않고 밤나무를 키우고 계시는구나하고 존경스러웠는데 그것을 넘어 경영의 전문성이 요구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계셨다.

맑은 눈을 갖으시고 마음을 읽을 것 같은 송 선배님은 처음보는 고등학교 후배인 나를 힐끗 한번 쳐다보면서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반바지의 소탈한 옷차림을 하고 계신 송 선배님은 넥타이를 매고 간 나에게 덥지 않으냐 하시면서 편하게 웃옷을 벗으라 하셨다.

나는 얼른 넥타이를 풀고 웃옷을 벗었다. 아랫사람으로 스스로 예의를 갖추는 격식은 관계를 부 자연스럽고 경직하게 하지만 윗사람으로 격식을 깨주는 배려는 관계를 자연스럽게 하고 자유와 친밀감을 준다. 송 선배님의 내리 사랑이 나의 올림의 격식을 깨시고 자유롭게 하셨다.

나는 송 선배님이 쓰신 ‘인생연가’와 ‘밤나무 검사의 글 자취’를 읽었기 때문에
묻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나는 언제부터 써니빌을 시작하셨고 기업을 운영하시는데 어려운 일은 없으셨냐는 질문부터 했다.

송 선배님은 36년전 인 1986년에 처음 이곳 양촌에 밤을 저온 저장하는 냉동 창고를 설립하셨다.

당시 국내에 공급되는 전기는 100V 단상 전기로 냉각 콤프레샤 용 모터를 돌리는데 필요한 3상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

단상 전기는 1상의 위상을 갖는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최소한의 방식으로
2가닥 전선에 전기를 실어 보낸다. 우리가 흔히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보는 방식이다.

3상 전기는 3상의 다른 위상을 갖는 전기에너지 공급하는 방식으로 3가닥의 전선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3상과 단상이 동일한 전압, 전류일 경우 3상은 단상에 비해 50% 전선의 수가 늘어나지만 약 1.73배 전력이 증가하여 전선 수의 증가분 50%를 제외하고도 23% 전력이 증가된다. 단상에 비해 전력 효율이 좋아 큰 전력을 필요로 하는 공장 등에 사용된다.

3상 모터에 단상만 연결하고 구동하면 모터코일이 타거나 가동하지 않는다.

송 선배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스스로 전기 공부하시고 전기 전문가들에게 묻고 고민하시면서 당시 국내에서 공급했던 100V 단상 전기를 3상 전기로 전환하는 위상 변압기를 개발하셨다고 하셨다.

전기의 위상을 변환하는 일은 전문적 전기 기술이 필요 하는 쉽지 않는 일이다. 송 선배님은 필요를 직면해서 해결하시고 양촌의 황무지에 써니빌의 장미 한 송이를 심으셨다.

초창기 써니빌은 경영보다 기술 개발이 필요했고 송 선배님은 엔지니어의 역할을 하시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셨다.

송 선배님이 전기 문제를 해결한 것은 고등학교 때 법대를 진학할 계획이셨지만 물리를 좋아하셨고 잘 하셨기 때문이라 하셨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고등학교 물리는 역학, 광학, 전기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시면서 여전히 물리에 대한 흥미와 이해가 깊으셨다.

양촌에는 딸기가 많이 나온다. 잉여의 딸기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냉동으로 저장해야 한다. 딸기를 냉동 처리할 때 종래의 기술은 냉동실 전체를 냉각시켰지만 현재의 기술은 –196 ℃ 까지 냉각할 수 있는 액체 질소를 활용하여 딸기 하나하나 급냉 시키는 Individual Quick Freezing 시스템으로 처리한다고 하신다.

이 급랭 기술은 딸기의 맛을 변하지 않게 하는 장점이 있다. 또 밤을 오랫동안 저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밤의 애 벌레다.

이 애벌레를 제충할 때 이황화탄소 CS2와 독 가스인 메칠브로마이드 CH3Br 사용한다고 하셨다. 한국에 메칠브로마이드 CH3Br로 처리하는 기업은 인천에 두 기업이 있다고 하셨다. 송 선배님은 써니빌에 필요한 기술을 잘 알고 계셨고 관련 기업과 협력하여 개발하셨다.

나는 원래 묻고 싶었던 질문으로 되돌아 왔다.

송 선배님은 검사로 강직함을 유지하셨지만 그 강직함이 오히려 검찰 총장을 하지 못하실 것으로 생각하셨다.

송 선배님께 검사에 필요한 자질인 강직함을 타고 나신 것인지 아니면 검사 직을 수행하면서 훈련된 것인지를 물었다.

중위권 지방대학의 교수인 나는 학생들이 전공 공부를 따라 오지 못하면 그 이유가 기초 학력이 부족한지, 건강상의 문제는 없는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 가족 간의 정서적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지방대학교 교수인 나는 성적 평가의 단호함 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긍휼이 필요해서 우유부단하고 단호함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렸다.

송 선배님은 교수에 필요한 덕목은 단호함이 아니라고 나의 부족함을 위로하시면서 험한 일과 부 정직한 사람들을 다루어야 할 검사의 덕목이 엄격함, 단호함이기 때문에 그 덕목을 키우셨다고 하셨다.

초임 검사시절에 검찰총장실의 현판에 걸린 청의 이제 (淸 議 夷齊) 직모 사어( 直 慕 史魚 ) 글을 보시고 ‘깨끗하고 올 곧게’를 공직 생활의 방향과 태도로 삼으셨다고 하셨다.

각 사람이 종사하는 일이 따라 간직하고 집중하고 발전시킬 덕목이 다름을 알았다. 결국 내가 발전시킬 덕목은 세상에서 정해 주는 일반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내가 경험하고 깨닫는 것임을 알게 하셨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실패한 것을 기록하셨다고 하셨다.

세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재물은 유혹적이다. 재물은 본질적으로 가치중립적으로 악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다.

재물에 함몰되지 않고 선한 곳에 사용하면 좋은 도구가 된다. 재물이 목적이 되어 사랑하는 것이 악하다.

송 선배님은 재물이 순하게 오면 거절하지 말고 이미 떠난 것은 생각하지 말라 하셨다. 대기업 회장이 대접하는 차 한 잔과 돌아가는 길에 차량 제공을 매몰차게 거절하셨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회상하셨다.

물은 100%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물인 증류수와 환경을 해칠 정도로 오염되어 있는 하수구 물은 생명이 살 수 없다.

산속의 맑은 옹달샘 물은 비록 100% 순수한 물은 아닐 지라도 생명을 살리는 요소를 불순물로 갖으며 온갖 동물들이 목을 축일 수 안식과 생명을 준다.

인간관계를 따뜻하게 하고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용인된 불순물은 무엇을 어느 정도, 어디까지 허용하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게 하셨다. 프랑스 사회를 관용 있게 하는 똘레랑스가 이것일 것이다.

송 선배님은 외할아버지로서 손녀와는 영적으로 기도로 연결하셨고 세상 적으로는 음악으로 연결하셨다. 외할아버지로부터 듣고 배운 음악은 어려울 때 세상을 이길 힘이 될 것이다.

송 선배님이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은 인연이다. 인연은 운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으로 주어지는 인연을 양쪽이 맺는다. 이 인연을 순종하여
받아들어 의지로 악연조차 가연으로 만들 수 있다.

내가 2000년 초에 중국 연변에 갔을 때 만났던 조선족 동포 한분이 우리의 만남을 스치는 인연이 아닌 가꾸는 인연으로 잘 간직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에 감동이 있었다.

써니빌의 능소화는 20년 만에 꽃을 피웠다. 송 선배님은 능소화에 대한 잘못 된 정보와 편견으로 싹이 나면 베어내어 자라지 못하게 하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20년간 꾸준하게 싹을 내는 능소화가 대견하여 올해는 능소화가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하신다. 바위틈에 싹을 내고 하늘로 오르려는 능소화에게
줄을 연결하니 고맙다고 하듯이 꽃을 피어 기쁨이 되었다고 하셨다.

송 선배님이 능소화와 좋은 인연을 맺으니 능소화는 생명의기회를 얻었고
송 선배님은 기쁨을 얻었다.

세상에 잘못된 정보로 인한 편견과 선입견이 하늘이 허락하신 인연을 왜곡되게 한다. 잘못된 정보는 외부에서 오기도 하지만 자신이 성장과장에 형성된 결핍, 인정 욕구와 자기중심적 욕망에서도 온다.

내가 길을 가다 비바람이 치면 쉬었다 가고 큰 바위가 길을 막으면 돌아간다. 비바람과 바위가 나의 길을 막고 지연시키지만 내가 그것들을 나무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비바람과 바위가 나에게 해코지 하려는 마음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늘이 허락하신 인연은 가연으로 발전시키도록 나의 잘못된 정보, 편견과 선입견을 깨닫게 사람을 보내시고, 사건을 만드시고 환경을 변화시켜 무심 (無心)의 관계를 맺도록 은혜를 주신다.

나는 송 선배님께 나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나는 조직 내에서 위 분과 잘 지내고, 아래 사람들과 잘 지내는데 동료와 잘못 지낸다고 하니 송 선배님은

나의 연약함을 아시고 “동료는 적이다”라는 한마디로 나를 자유하게 하셨다. 동료와 도반으로 같은 길을 가되, 어쩔 수 없는 경쟁관계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된다는 뜻으로 새겨서 들었다.

대가들의 실패를 고백할 때 범인은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실패도 없었다는 말에는 다가서지 못하는 비범함 때문에
나는 그렇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좌절과 정죄가 오지만 날마다 성(聖)과 속(俗)을 오가며 지금도 고민하고 좌절한다는 종교인의 진실한 고백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고 회복과 치유가 온다.

송 선배님은 더 큰 공직의 제안이 왔을 때는 바로 반응하지 않으시고 기도하시면서 하늘에 그 뜻을 물으셨다고 하셨다.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운명이면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그 방향을 바꿀 수 없었다는 것, 즉 개인의 한계를 아시고 나서지 말아야 할 때는 정중히 고사하셨다.

송 선배님은 36년 세월동안 양촌에 써니빌을 창업하셔서 공장 건물 3천평, 연 매출 100억의 기업으로 일구셨다.

사업을 하시는 동안 사기도 당하시고 실패도 겪으셨다. 3백만 불 수출 탑도 받으셨지만 부정직하고 불성실한 상대방 바이어를 경험하시면서 수출을 하지 않으시고 내수에 집중하셨다.

사업은 남의 돈을 가져 오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돈에 대한 욕심을 내면 안된다고 하셨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해서 돈이 벌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얻어야 하는 정당한 보수 보다 더 많이 탐하는 것이 화이고 근심은 탐심에[서 온다고 하셨다.

송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비즈니스는 근본은 재화의 이동이며, 그 원리는 재화를 즐겁게 이동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물건을 사 주는 사람이 기분 좋게 사 줄 수 있도록 하고 이익은 스스로 오도록 해야 한다. 사업의 일차적은 이타적이고 기쁜 좋은 거래이고, 그 결과 2차적으로 이익이 온다. 이익은 비즈니스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하신다.

비즈니스의 상대방을 귀하게 여겨라. 이것이 적선이다 하신다.

현재 내 나이는 64세다. 내 나이로 되돌아오시면 무엇을 하시겠냐고 물었다.

송 선배님은 먼저 가족을 따뜻하게 챙기시겠다고 하신다.

나에게 지금 해야 할일은 아내와 딸에게 따뜻한 말, 태도, 따뜻한 행동으로 대하라고 하신다.

또 64세 이후 내가 무엇을 하고 준비했으면 좋을 가를 여쭈니
다른 분야에서 살아온 남의 이야기와 경험은 도움이 안 되니 지금까지 내가 해 오고 살아온 것을 참고해서 좋아하고, 잘해온 일 중에 의미 있고 보람 찬 일을 찾으라 조언하신다. 질문에 대한 답변에 거침이 없으시다.
망설임 없이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신다고 하신다.

내가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인생연가’와 친구가 보내준 ‘ 밤나무 검사의 발 자취“의 전자 책 파일을 인쇄한 책에 사인을 받고 싶었다.

송 선배님은 이미 새 책으로 두 권을 준비하시고 내 이름과 직장 그리고 선배님 이름의 사인을 하심으로 내가 생각한 이상의 가장 좋은 것을 주시고 나에게 새로운 인연의 새 옷을 입혀 주셨다.

점심때가 되자 공장 식당에서 정성껏 마련한 맛있는 점심을 잘 대접받고 커피를 마시면서 또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로서는 대화가 끝날 것 같지 않다.

송 선배님은 선물로 양촌 딸기로 보금자리에서 제조한 큼직한 딸기 잼 두병을 주셨다. 딸기 잼은 천연 딸기가 –150℃ 정도에서 개별적으로 급랭되어 딸기 고유의 정체성이 보존되며 1차 제품이 된다.

뜨거운 온도에서 설탕과 함께 가공되어 딸기의 본질은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2차 제품 딸기 잼으로 거듭난다. 딸기는 두 번의 의미 있는 과정을 거쳐야만 딸기의 정체성을 보존되고 유지되는 딸기 잼으로 진화하여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이롭게 한다.

송 선배님의 삶은 마치 딸기 잼과도 같다.
송 선배님의 정체성은 국가를 사랑하는 검사의 강직한 삶으로 1차 보존되고 양촌의 밤나무와 딸기에 기술과 경영을 덧입어 2차 써니빌을 창업함으로 유지되고 사람을 이롭게 하신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사람을 기억한다.

송 선배님께 허락을 받고 손을 만져 보았다.
예상대로 선배님의 손은 따뜻했지만 예상외로 농부의 거칠음이 함께 하고 있었다.

송 선배님은 인연의 자연인과 의지의 법조인을 넘어 은혜의 자유인으로 진화하셨다. 나는 송 선배님의 두 권의 책에 사인을 받고 손을 만져 보겠다는 그 날의 목적을 다 이루었다. 아니 송 선배님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좋은 것으로 다 이루게 하셨다.

송 선배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간절한 바람이 이루지려면 내 삶속에 사람, 사건, 환경과 관련된 수많은 변수들이 상수가 되거나 수많은 상수들이 변수가 되어야 가능하다. 이것은 사람의 지혜나 치밀한 계획으로도 이룰 수 없다.

하늘이 주신 기회와 지혜인 인연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의지로 감사와 기도와 행동해야 한다. 인연과 의지는 사람들 사이에 가연을 맺도록 하는 하늘이 주신 은혜다.

2021년 8월 22일 임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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