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재난지원금 전국민 88% 지급에 대해

오풍연 승인 2021.09.10 08:44 | 최종 수정 2021.09.10 09:01 의견 0


정부가 전국민 88%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이 일고 있다.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돈이란 그렇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면 못 받는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게 되어 있다. 그냥 공짜로 돈을 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지난 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돈을 받고 반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번에는 88%에게만 준다고 했다. 말하자면 소득으로 분류한 셈이다. 정부가 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계층을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돈을 받고도 별로 감사해 하지 않는 이유다. 다시 말해 기분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인터넷 상에는 이를 풍자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계층을 나누기도 한다. 무심코 한 줄 올렸다가 비난을 받는 일도 벌어진다.

신라 시대의 골품제를 빗댄 '현대판 골품제'를 살펴보면 재난지원금을 받는 이들은 '평민'(재난지원금 지급)과 '노비'(재난지원금 지급+10만원)로 분류된다. 재산세 과세 표준과 금융소득·건강보험료 기준을 초과한 이들은 상위 3%로 '성골'에 속한다. 금융소득과 건강보험료 기준을 넘으면 '진골'(상위 7%), 건강보험료 기준만 초과하면 '6두품'(상위 12%)에 비유하고 있다.

국민지원금 지급대상자 선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은 국민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 6일부터 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6일부터 지난 9일 오후 4시까지 접수된 이의 신청은 총 5만 200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의 신청이 폭주하면서 지자체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지자체는 국민신문고나 전화·방문 등 다양한 경로로 들어오는 민원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도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다. 돈 주고 뺨 맞은 격이어서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9일 YTN 라디오에서 재난지원금과 관련, “이의 신청하는 사람에게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경계선에 있는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지원금을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신속 지원의 최대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지급 기준에 대해선 “88%보다는 (지급 범위를) 조금 더 상향,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 90% 정도 하면 좋겠다”면서 “추계할 때도 딱 88%에 맞춰놓은 게 아니라 약간 여지가 있기 때문에 1~2%포인트 정도는 차질 없이 지급할 수 있게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이 재난지원금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판단이 모호하면 가능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모호’한 대상에게 재난지원금을 다 주는 방식으로 대상을 90%까지 늘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정책이 이처럼 왔다갔다해서는 안 된다. 정교하지 못 했다는 얘기다. 그럴 바에는 전국민 지급이 나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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