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귀거래사

오풍연 승인 2021.09.15 15:14 의견 0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여러분,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이낙연입니다. 저는 오늘 저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여야 의원님들께 요청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동료의 사직을 처리해야 하는 불편한 고뇌를 의원 여러분께 안겨드려서 몹시 송구스럽습니다.

누구보다도 종로구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임기 4년의 국회의원을 맡겨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의 그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저의 보좌진 여러분께도 사과드립니다. 저의 의정활동이 여러분께는 삶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삶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여러분께 너무나 큰 빚을 졌습니다. 평생을 두고 갚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꽤 오랜 고민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저를 던지자는 것이었습니다. 정권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습니다. 저의 결심을 의원 여러분께서 받아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21년 전에 저는 첫선서도 하지 못한 채 의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실현하신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사전 설명하기 위해 선배의원님들 몇 분과 미국 일본을 방문하던 중에 16대 국회가 출발했습니다. 그로부터 21년, 부족한 저에게 우정을 베풀어주신 선배 동료 의원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중간에 저는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이곳 의사당에서 여야 의원님들의 질문과 꾸지람에 답변드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2017년부터 2년 7개월 13일 간의 그 영광스러운 경험을 저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께서 때로 불편하셨을 저의 답변을 참아주신 것에 깊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첫 도전하신 김대중 후보의 연설장을 쫒아다니며 제 남루한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때 막연하게 꿈꾸었던 정치 또는 정치인을 제가 얼마나 구현했는지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 의사당이 국민의 마음에 미움보다는 사랑을, 절망보다는 희망을 더 심어드리길 바랐습니다. 그런 제 소망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 의사당이 통합과 포용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의 언어로 채워지는 현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의회민주주의를 향한 믿음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 의사당이 미움을 겪다가도 사랑을 확인하고 절망을 넘어 희망을 찾아가는 전당이라고 믿습니다.

그 일을 의원님 여러분께 부탁드리며 저는 떠나갑니다. 다시 좋게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박병석 의장님과 의원님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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