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멸공’ 사태를 보고

오풍연 승인 2022.01.12 09:00 의견 0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인플루언서이다. 재계 오너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한다. 팔로어만 70여만명. 웬만한 유명인 뺨친다. 그러니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멸공’ 논란으로 신세계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보도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텐데 조국 교수,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훨씬 커졌다. 주가도 빠졌으니 말이다.

‘멸공’ 논란은 정 부회장이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멸공’, ‘방공방첩’, ‘승공통일’ 등의 해시태그를 함께 달았다. 논란이 퍼지자 정 부회장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멸공은 중국이 아닌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세계 계열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나물을 구입하는 사진을 올리며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해시태그로 단 ‘달걀 파 멸치 콩’의 머릿글자가 ‘문(재인 대통령)파’와 ‘멸공’을 연상시킨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가까운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야권 정치인들이 SNS에 멸치와 콩 사진을 올리며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정치권은 의도가 없었다고 할 수 없었다.

정 부회장의 SNS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0일 “쟤들(북한)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데 안전이 어디 있냐?”라며 “사업하면서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간다.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지만 발언 수위가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이마트 불매 운동도 벌어졌다. 반면 바이콧 운동도 벌어졌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가장 난처한 것은 그룹 홍보실. 오너가 한 행동이라서 제동을 걸기도 쉽지 않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메시지가 선거 시즌과 맞물려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빚어진 것 같다”면서 “11일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듯이 기업인으로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언급한 것인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주주와 회사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되겠다 싶어 더이상 정치적 메시지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은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다. 기업들도 정치에 휘말리면 안 된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이번 정용진 사태를 보면서 또 한 번 느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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